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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경연

경연 VA

중국어: Qin Qiege
일본어: Kawanishi Kengo
한국어: 이경태
영어: Vincent Lai

경연 포르테 검사 보고서

공명력

유기결(幽炁訣)

공명 평가 보고서

「공명 어빌리티 리포트 RA1169-G」 대상의 성흔은 오른쪽 눈에 위치하며,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난 분리된 주파수를 감지할 수 있다. 공명의 힘 출력이 임계치에 도달하면 현실 공간에 격리 구역을 구축하여 숨겨진 주파수를 강제로 실체화할 수 있다. 대상의 왼쪽 눈에서는 고단계 울림 생물의 주파수가 검출되었으며, 대상과 해당 울림 생물은 서로 주파수 고정, 감각 공유, 지시 전달 등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상이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소모함으로써 짧은 시간 동안 해당 울림 생물에 대한 통제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검사 기간 중 거부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향후 「감각 이상」 또는 「생명 손실 가속」 등의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기적인 재검사와 추적 관찰을 권장한다. 대상의 라벨 곡선 그래프는 이중 피크 분포를 보였으며, 검사 결과 자연형 공명자로 판단된다

오버클록 진단 보고서

진단 결과: 대상은 강한 통제력을 지니고 있으나, 고위험 환경에 놓일 경우 라벨 곡선 그래프 활성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며, 극한 상태에 능동적으로 접근하려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잠재적인 오버클럭 위험이 존재한다.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대상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오버클럭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사의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공명 피드백을 얻는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체 그래프의 흐름으로 볼 때, 해당 개체는 매우 뛰어난 자기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위험과 죽음에 대한 인지 기준이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 있다. 장기간 고강도 압박과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오버클럭 성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것을 권장한다

경연 소중한 아이템 & 선호품

낡은 옥패
낡은 옥패
이 옥패는 그가 태어나던 해에 받은 선물이었다. 옥의 품질이 그리 귀한 것도, 조각 솜씨가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옥 한쪽 구석에 가늘고 단정한 글씨로 「경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옥패는 강보 옆에 조심스레 매달려 있었다. 부모는 아직 세상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바라보며,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네가 태어나 줘서 정말 다행이야. 이 세상에 와 줘서 고마워.」 그들이 아이에게 「연(燃)」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들불은 쉬이 꺼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아난다」는 뜻에서였다. 이름을 떨치길 바란 것도, 출세 가도를 달리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평생 어디에 있든, 황야의 불씨처럼 오래도록 타오르기를 바랐다.—— 차가운 밤이 짓눌러 와도, 거센 바람이 꺾어 놓으려 해도, 결코 절망 앞에 고개 숙이지 않기를. 하지만 지금, 백옥 가운데에는 길고 선명한 균열이 있다. 경연은 손끝으로 그 균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오히려 한쪽에 웅크리고 있던 산고양이가 안절부절못하며, 저도 모르게 꼬리 끝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산고양이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균열이 하나 생긴 것뿐인데... 왜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는 거야?」
거래 장부
거래 장부
조금 낡아 보이는 장부.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달의 지출이 적혀 있다. 초사흘: 시장에서 손잡이가 부러진 청동 거울을 하나 건졌다. 노점상 말로는 수호신이 쓰던 물건이라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도 무늬가 꽤 마음에 들어서 30 클램 코인을 냈다. 손해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초닷새: 신기루에 갇혀 한동안 나갈 수가 없어 심부름꾼을 통해 사모님께 돈을 보내 드렸다. 아마 2000 클램 코인 정도 될 것 같다. 사매에게 줄 설탕 절인 말린 살구도 한 봉지 같이 보냈다. 초이레: 자두를 세 근 샀다. 한 근은 술을 담그고, 한 근은 고양이에게 주고(마음에 안 드는 모양), 한 근은 내가 먹었다. 초아흐레: 골목 어귀 녀석들과 옥 찾기에서 60 클램 코인을 잃었다. 초열흘: 또 40 클램 코인을 잃었다. 짜증 난다. 열이틀: 『유람기』 인쇄본 판매 수익 배당을 받았다. 많이 팔렸다더니 왜 500 클램 코인 밖에 안 되지? 열여드레: 이겼다! 옥 찾기에서 20 클램 코인을 땄다! 오늘은 좋은 날이니 달콤한 술을 사서 축하했다. 열닷새: 가게 창문 하나를 고치는 데 20 클램 코인이 들었다. 꼬리 잘린 고양이가 들이받아 깨뜨린 거다. 언젠가 그 녀석한테 꼭 받아내야지. 이번 달 잔액: 계산하기 싫다. 했다간 속이 쓰릴 것 같다
『유람기 「원고본」』
『유람기 「원고본」』
『유람기』의 최초 원고. 종이는 이미 누렇게 바래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고, 먹 자국도 조금 흐릿해져 있었다. 그 안에 적힌 것은 대부분 경연이 신기루를 떠돌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었다.—— 달이 뜨면 우렁찬 창극 소리가 울려 퍼지는 빈 성, 땅속 깊이 묻혀 시간을 먹고 자라는 거대한 나무, 무대를 등에 짊어진 채 떠도는 얼굴 없는 배우들... 물론, 그중에는 과장과 각색이 더해진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다. 진실과 허구가 한데 뒤섞여, 때로는 작가인 그 자신조차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골목 어귀의 아이들을 달래려고 들려준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하나둘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사부님은 이를 두고 코웃음을 치며 「그 정도 일을 글로 써 봐야, 직접 겪어본 것보다 재밌겠느냐?」라고 하셨지만, 어느 깊은 밤, 경연은 우연히 사부님의 방에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사부님은 예상외로 원고를 손에 든 채 넋을 잃고 보며, 경연이 문 앞까지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종이는 아직 남아 있지만, 그 글을 읽던 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다. 이 낡은 원고를 다시 볼 때면, 경연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 영감탱이가 정말 저승에서 무료함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이 이야기들을 몇 번이고 다시 들춰 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는 곧바로 마음속 깊이 눌러 버렸다. —— 그만두자, 이런 재미없는 생각따윈

경연 스토리

제일회: 미완. 다음 회에 계속
완전히 막혀 버렸다. 붓끝이 종이 위에 멈춘 채 움직이지 않았다. 듬뿍 머금은 먹물이 동그랗게 맺히더니, 톡 하고 종이 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끝내 글자 하나가 되지는 못했다.
책상 위에는 원고 뭉치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신기루의 깊은 곳에 자리한 인적 없는 오래된 성, 달빛을 따라 이동하는 청동 새무리, 모래먼지 아래 묻혀 있다 뇌우가 칠 때마다 울린다는 오래된 종... 앞부분까지는 제법 순조롭게 써 내려갔건만, 하필 이 대목에 이르러 생각이 어딘가에 걸려 버린 듯 반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경연은 한참 동안 종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텅 빈 여백에서 반 글자조차 더 끄집어내지 못하자, 결국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 하자.」
그는 붓을 아무렇게나 붓걸이에 던져 놓고는 그대로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두 팔과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마룻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밤바람이 서늘한 기운을 품고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바닥에는 가늘고 긴 달빛 한 줄기가 펼쳐져 있었다. 밖에서는 벌레 우는 소리가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경연은 손목을 베고 대들보를 올려다보았다. 글이 막힐 때면, 그는 늘 습관처럼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리곤 했다.
—— 이를테면, 처음 사부님 댁에 왔던 무렵의 일 같은 것들을.
그 시절 사부님은 늘 그의 옷깃을 잡고선, 「도무지 마음 놓을 수 없는 녀석」이라며 꾸짖곤 했다. 다른 집 아이들이 기껏해야 나뭇가지에 올라 새 둥지를 뒤질 때, 그는 감히 사당의 기둥을 타고 대들보 위까지 기어올라 갔다. 남들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기 바빴는데, 그는 굳이 등불 하나를 들고 흉가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사모님이 잠깐 빨래를 널고 돌아서면, 그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결국 함령 마을 절반을 뒤진 뒤에야, 버려진 우물가나 허물어진 사당 같은 곳에서 그를 붙잡아 오곤 했다.
어느 해 여름, 마을에 기묘한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산비탈에 버려져 있던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에 밤이 깊어지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몇이 나무 아래 쪼그려 앉아 제법 실감 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벽 속에서 나타나 밤새 구슬프게 노래를 불렀다느니 하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으스스해졌고, 끝내 모두가 목을 움츠렸다. 오직 경연만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듣고 있다가, 그날 밤 혼자 그 사당으로 향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사모님인 연서는 빗자루를 들고 온 마을을 뒤지며 그를 찾아다녔다. 마침내 찾아냈을 때, 경연은 사당 지붕 위에 앉아 자두를 깨물어 먹고 있었다. 단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답게, 몹시 만족스러운 듯 눈이 초승달처럼 접혀 있었다.

「귀신은?」 아래에서 연서가 소리쳤다.
「못 봤어요.」
「그럼 밤새 거기서 뭘 한 거니?」
경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박쥐를 셌어요.」
연서는 하마터면 빗자루 자루를 부러뜨릴 뻔했다.

거기까지 떠올린 경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해 보면, 그는 줄곧 이랬다. 어릴 때는 흉가에 들어가는 걸 좋아했고, 자라서는 신기루에 뛰어드는 걸 좋아했다. 남들이 가까이하기조차 꺼리는 곳일수록, 그는 더더욱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 했다. 사부님은 늘 그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고 꾸짖었다. 연서도 처음에는 이 때문에 자주 화를 냈다. 하지만 사부님이 떠난 뒤로는, 오히려 그를 그다지 말리지 않게 되었다. 다만 그가 얼마나 먼 곳을 다녀오든, 돌아올 때면 집 마당에 언제나 그를 위한 등불 하나가 켜져 있었다.
그 세월 동안 경연은 구리 방울이 가득 매달린 옛 성을 보았고, 산속 깊은 곳에 묻힌 유적을 보았으며, 이제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보았다. 신기루에서 돌아올 때마다 아이들이 몰려와 이번에는 또 어떤 신기한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그를 졸라댔다. 처음에는 경연도 마지못해 몇 마디 들려주곤 했지만 나중에는 도저히 말로 다 풀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붓을 들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유람기』였다.
처음에는 그저 말수를 조금 줄여 보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점점 진심이 되었다. 쓸쓸한 안개와 무성한 풀숲 사이에 묻혀 버린 옛일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오직 신기루 깊은 곳에만 존재하는 기이한 풍경과 이변들. 누군가는 그것들을 바깥으로 가져와, 이 세상에 남겨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써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그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들려 달라 조르던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찻집에서 목을 길게 빼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그리고 집에서 늘 늦은 밤까지 켜져 있는 그 등불에게 보여 주기 위해. 연서 사모님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그 시절 사흘이 멀다 하고 사라져 버리던 꼬마 녀석이, 그동안 또 어떤 곳들을 다녀왔고, 얼마나 기묘하고 이상한 것들을 보고 왔는지를.
여기까지 생각한 경연은 몸을 뒤척여 다시 책상 위의 원고를 바라보았다.
종잇장은 달빛 아래 은은한 흰빛을 띠고 있었고, 제149회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하지만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마감을 미룬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니까.

바로 그때, 마당 밖에서 기운찬 고함이 울려 퍼졌다.
「연아——!」
경연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등불이 왜 아직도 켜져 있어! 잠 안 잘 거야?!」
경연은 잉어처럼 벌떡 몸을 튕겨 일어나, 단숨에 책상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초를 집어들고 한 번에 훅 불었다. 불빛이 곧 꺼지고,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오직 달빛만이 조용히 바닥에 가득 흘러 들어왔다.
그는 창밖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글이 써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차피 내일은 아직 기니까
제이회: 눈보라에 의탁한 몸
사부님에게 처음 거두어졌을 무렵만 해도, 경연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그때의 그는 말수가 적었다. 사부님이 밥을 먹으라 부르면 대답은 했지만, 늘 다른 사람들이 먼저 젓가락을 든 뒤에야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사모님이 반찬을 덜어 주면 고개를 숙인 채 그릇을 받아 들고는, 한참이 지나도록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밤에 잠들 때면 습관처럼 벽 모퉁이에 몸을 웅크렸다. 눈 깜박할 사이에, 이곳마저 예전에 잠시 머물렀던 곳들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했다.
그는 이 가족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따뜻함이 막상 자신에게 닿자, 오히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해, 몽주에는 큰 눈이 내렸다.
이른 아침 문을 열었을 때, 마당의 오래된 나무는 이미 눈 무게에 눌려 가지를 낮게 드리웠고, 가지마다 두껍게 흰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아념은 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눈덩이를 굴리고 있었는데, 코끝이 새빨갛게 얼었으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신이 나 있었다. 방 안에서는 연서가 죽을 끓이고 있었고, 쌀 내음을 머금은 따뜻한 김이 창틈 사이로 유유히 흘러나왔다.
경연은 문가에 서서 한참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지극히 평범한 그 순간들은, 그에게 아주 오래전의 일을 떠올리게 했다. 그날도 이런 날씨였다. 아버지는 그의 겉옷을 여며 주었고, 어머니는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세 식구는 쌓인 눈을 밟으며 산으로 올라갔다. 산신의 사당 앞에는 빛바랜 붉은 비단이 걸려 있었고, 향로에서는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단 위의 과일은 얼어 딱딱해져 있었다. 그가 몰래 손을 뻗어 만지려 하자, 어머니는 웃으며 그의 손등을 가볍게 쳐냈다.
문득, 부모님이 몹시 그리워졌다.
그래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등불을 챙겨 홀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 사당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중생을 보살피는 산신 따위가 아니었다.
눈보라가 산을 뒤덮은 순간, 사당의 문이 굉음을 내며 닫혔다. 제단 뒤의 석상이 갈라지며 틈이 벌어졌고, 그 안에서 향냄새가 흘러나왔다. 금칠을 두른 산고양이는 산신의 낯가죽을 뒤집어쓴 채 제단 위에 높이 앉아 있었지만, 정작 진실한 말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했다.
촛불이 흔들리고, 눈보라가 울부짖었다. 경연이 그것을 생명의 등불 안에 봉인했을 때에는 이미 옷자락이 피로 흠뻑 젓은 뒤였다. 그는 등불에 기대어 짚고 일어서, 사당 문을 밀었다. 문밖에는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다만 올라 올 때 밟았던 돌계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산 아래로 구불구불 이어지던 오솔길은 허리 높이까지 자란 잡초에 완전히 파묻혀 있었다.
「눈속임이었군.」 경연은 코웃음을 치며 생명의 등불을 조금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쌓인 눈을 한 걸음씩, 깊게 밟기도, 얇게 밟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방이 캄캄했다. 경연은 아무도 모르게 담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 땅에 내려서자마자, 옆 창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념이 베개를 끌어안은 채 고개를 빼꼼 내밀고 눈을 깜빡였다. 「오빠, 피 나.」
경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쉿.」
「엄마도 알아?」
「몰라. 얼른 들어가서 자!」
아념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쏙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온 마당에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 오빠 또 다쳤어요——!」
경연은 곧장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실패였다. 연서는 이미 마루에 나와 있었다.

훗날 경연은 그날 밤을 떠올릴 때마다, 차라리 산고양이와 한 번 더 싸우는 편이 나았겠다고 생각했다.
방 안의 등불은 눈부실 만큼 밝았고, 탕약의 쓴 냄새와 약가루 냄새가 뒤섞여 퍼져 나갔다. 아념은 해바라기씨 한 줌을 품에 안고 작은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아 구경하고 있었다. 연서는 그에게 약을 발라 주면서도 느긋한 어조로 꾸지람을 이어 갔다. 경연은 고개를 숙인 채 죽은 듯 꼼짝하지 않았고, 약가루가 이마를 누를 때마다 욱신거렸지만 감히 신음 한 번 내지 못했다.
「다 됐다.」 연서는 마지막 상처까지 붕대로 감아 준 뒤,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가볍게 톡 쳤다. 「다음에도 멋대로 뛰쳐나가기만 해봐.」
경연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어찌된 일인지 말대꾸는 하지 않았다. 대신 아념이 해바라기씨를 오물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됐어, 됐어. 오빠가 잘못했다고 하는 거 들었어.」
「안 그랬거든.」
「그랬어!」
「안 그랬어!」
「그랬어!」
어린 소녀의 목소리는 처마 밑 풍경처럼 맑았다. 한마디 한마디 이어지는 말다툼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지만, 그렇게 다투는 사이 경연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따뜻한 불빛이 방 안에 부드럽게 번지며, 붕대와 약병을 정리하는 연서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아념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그와 말다툼을 이어 갔다. 아무도 그가 잠시 넋을 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경연은 눈을 내리깔고, 눈앞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약사발을 바라보았다. 쓴맛이 김을 타고 곧장 코끝을 찔렀다. 그는 그릇을 들어 올려 인상을 찌푸린 채 단숨에 반 이상을 들이켰다.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연서가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보더니, 탁자 위에 놓인 꿀에 절인 과일 접시를 그의 쪽으로 밀어 주었다.
불빛이 흔들리며 세 사람의 그림자를 비추자 길고 짧은 그림자가 바닥 위로 따스하게 깔렸다. 집 밖에서는 바람이 눈가루를 휘감고 처마를 스쳐 지나갔다. 처마 끝의 고드름이 바람에 살짝 부딪히며 맑고 은은한 소리가 번졌다. 마치 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 방울을 흔드는 것처럼.
꿀에 절인 과일을 한입 깨물자 입안 가득, 단맛이 퍼졌다
제삼회: 돌아갈 수 없는 꿈
열다섯 살이 되던 해, 경연은 정식으로 유람객이 되었다.
그는 수많은 신기루를 지나왔다. 어떤 신기루는 끝없는 호수 위에 떠 있었다. 수십 채의 누각이 짙은 안개에 떠받혀져 수면 위에 걸려 있었고, 낮에는 텅 비어 있다가도 밤이 되면 등불이 하나둘 켜졌다. 문을 밀고 들어서면 연회석에는 손님들이 가득 앉아 있었고, 술잔이 오가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밝아 안개가 걷히고 나면, 누각 안에는 먼지 쌓인 탁자와 의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지난밤 담소를 나누던 이들은 이미 오래전 물 밑에 잠든 백골이 되어 있었다.
어떤 신기루는 산 아래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땅속에는 거꾸로 매달린 돌성이 묻혀 있었다. 성 안에는 산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거리 양옆에는 등불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한밤중이 되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등불들이 저절로 타올랐고, 으스스한 녹색 불빛은 긴 거리를 따라 성 중앙의 제단까지 이어졌다. 경연은 그곳에서 사흘을 머물렀고, 결국 자신의 두 눈으로 출구를 찾아냈다.
한번은 경연이 사부님에게 물었다. 「유람객은 대체 뭘 찾는 거죠?」
모닥불 곁에 쪼그려 앉아 빵을 굽고 있던 노인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죽은 사람.」
경연은 눈을 굴렸다. 또 시작이군. 노인은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코웃음을 쳤다. 「그럼 네가 말해 봐라. 신기루에 가장 많은 게 뭐냐?」
「... 죽은 사람?」
「죽은 사람이 남긴 것들이다.」 노인이 정정했다. 「오늘은 북적북적 모여 떠들던 사람들도 백 년쯤 지나면 빈 성 하나, 부서진 비석 하나, 혹은 어디서 비롯됐는지조차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몇 마디 말로만 남을 뿐이지. 그래도 누군가는 그걸 파헤쳐 들여다봐야 한다. 그것들을 이해해야만 앞선 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뒤에 남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
그는 다 구운 빵을 경연에게 던졌다. 「잘 새겨두거라.」

그 후로 여러 해 동안, 경연은 먼지 속에 묻힌 수많은 옛일을 보았다. 이를테면 어느 고대 국가 장군이 죽기 전 산 중턱에 숨겨둔 유언과 한 권의 낡은 책이 직접 목격한 망국의 밤, 또 주인과 함께 수천 리 귀향길을 걸었던 어느 비석 같은 것들을.
시간이 흐르며 그는 조금씩 사부님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죽음은 등불이 꺼지는 것과 같지만, 어떤 것들은 이대로 허무하게 흩어지기를 거부한다. 그것들은 부서진 비석과 낡은 책장 속에, 황량한 성과 옛길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바람 소리를 빌리고, 메아리를 빌려 옛이야기를 몇 번이고 후세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그는 그것들을 먼지 속에서 끄집어내, 빛이 비치는 인간 세상으로 데려와야 했다.

그 몇 해 동안, 경연은 사부님과 함께 다니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부자 같기도, 사제 같기도, 또 원수 같기도 했다. 그들은 천금의 가치가 있는 고대 옥벽을 두고 맞붙은 적도 있었다. 경연은 사부님에게 칼등으로 눌려 부서진 비석에 짓눌렸지만, 결국 입씨름에서 이겼다. 사부님은 그를 두고 전생의 빚을 받으러 온 업보 같은 놈이라고 욕했다.
그는 조사(祖师)에게 절하지도 않았고, 향이나 종이를 태우지도 않았다. 제멋대로 자신만의 방식을 세웠다. 사람들은 그를 사파라고 불렀지만, 정작 누구도 그를 막다른 길에 가둬 둘 수는 없었다.
그는 말했다. 「조사(祖师)님이 나더러 죽으라 해도, 난 안 죽을 거야. 자, 그럼 우리 둘 중 누가 틀린 거지?」
그는 겉으로는 산만해 보였지만, 어디로 뚫고 나가야 하고, 어떤 위험을 피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가끔 홀로 앉아 달을 바라볼 때면, 그의 눈빛은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사람들을 하나하나 세고 있는 것처럼.
사부님과 마지막으로 함께 떠난 곳은 그 영감탱이가 직접 고른 장소였다. 전해 내려오는 말로는 그곳은 용맥이 끊어진 동굴이라 했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경연은 그를 따라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 앞에서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산이 무너졌다. 낙석이 쏟아지는 순간, 사부님이 갈라진 틈 밖으로 경연을 밀쳐냈다. 그리고 자신은 몸을 돌려 무너져 내리는 심연 속으로 떨어졌다.
일 년 뒤, 비 내리는 밤이었다. 그 미친 영감탱이가 꿈속에 나타나 경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제법 잘 지내는구나. 탈 없이 멀쩡하고.」 경연이 대꾸하기도 전에, 그 모습은 등을 돌려 손을 대충 흔들고는 안개 깊은 곳을 향해 느릿느릿 멀어져 갔다.
경연은 번쩍 눈을 떴다.
창밖에는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처마 끝에 고인 물은 가느다란 선이 되어 끊임없이 떨어졌다. 방 안은 몹시 고요했다. 탁자 위의 등불은 이미 다 타버려, 희미한 연기 한 줄기만 남아 있었다.
꿈은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 오직 한 방울, 또 한 방울 빗줄기만 긴 밤을 가득 적시며 내리고 있었다
제사회: 강 위에 비친 달빛
오후의 거리는 늘 그렇듯 북적였다. 길가에는 온갖 노점 천막이 늘어서 있었고, 설탕 인형을 파는 노인은 느릿느릿 조청을 졸이고 있었다. 황금빛 설탕 실이 국자 끝에서 가느다랗고 반짝이는 곡선을 그렸다. 만두 가게 앞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고추 향과 고기 냄새가 뒤섞여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빈터에는 기관 인형극 무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몇몇 인형들이 북 장단에 맞춰 공중제비를 돌며 사람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경연은 먼저 비단 가게에 들러 연서를 위해 달빛처럼 희고 고운 천을 한 필 골랐다. 이어 아념에게는 혼자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기관 옥토끼를 사 주었다. 돈을 지불할 때 가게 주인은 웃는 얼굴로 안목이 좋다고 칭찬했지만, 경연은 영 자신이 없었다. 사모님과 사매에게 줄 물건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신기루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얼마 전, 그는 아념에게 기관 딸랑북을 하나 사다 준 적이 있었다. 북면에는 통통한 복동이 둘이 그려져 있었고, 손잡이를 돌리면 인형들이 고개를 까딱이며 손에 든 두루마리를 펼쳤다. 거기에는 「길상여의(吉祥如意)」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경연은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념은 팔짱을 낀 채 한참을 바라보다가 몹시 어른스러운 투로 한숨을 쉬었다. 「오빠, 난 이제 이런 거나 가지고 노는 어린애가 아니야.」
그 딸랑북은 결국 경연의 손에 쥐어졌다. 그는 시무룩하게 등불 아래 앉아 한밤중까지 그것을 가지고 놀며 생각했다. 이거 꽤 재미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그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경연은 곧장 그 기관 옥토끼를 사 버렸다. 이번 건 아념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떠나기 전, 그는 다시 과자 가게로 돌아가 「보름달 설기」를 샀다. 눈처럼 새하얀 떡이 겹겹이 쌓여 있어, 마치 갓 내린 눈으로 빚어 올린 둥근 달 같았다. 가게 주인은 가족에게 가져가는 것이냐며 웃으며 물었지만, 경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종이에 싼 「보름달 설기」 꾸러미를 들고 느릿느릿 강가로 향했다.
오늘, 구원이 몽주를 떠난다.
나루터의 바람은 거셌다. 강물 위로 잘게 부서진 금빛 물결이 떠다녔고, 정박해 있던 여객선은 이미 밧줄을 대부분 풀어 놓은 상태였다. 경연은 멀리서도 배 곁에 서 있는 그 사람을 알아보았다. 검은 옷자락이 강바람에 세차게 펄럭였고, 그는 여전히 낯선 이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경연은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사부님은 술에 취하면 늘 그 사람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보기 드문 기재라며, 그때의 경연은 날마다 그가 궁금했다. 이제는 만나 보긴 했지만, 아쉽게도 그가 품에 지닌 검의 솜씨를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구원 역시 그를 알아본 듯, 몸을 돌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연은 손을 흔들며 다가가 난간 옆에 섰다. 먼저 강물을 한 번 내려다본 뒤, 느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물건은 잘 챙겼어?」
구원은 그가 목우에게서 얻은 활자 조각을 말하는 것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경연이 한발 앞서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잠깐.」
「—— 너희 명정의 케케묵은 시시비비 따위, 난 들을 생각 없어. 알아야 할 건 이미 알고 있고, 몰라도 되는 건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강바람이 수면을 스치며 자잘한 물빛을 일으켰다.
「그래도 이번엔 내가 네가 원하던 걸 손에 넣어 줬지.」 경연은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고, 그를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 빚은 기억해 둘 거야.」
구원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짙은 회색 눈동자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원하는 게 뭐지?」
「아직 생각 안 해봤어.」 경연이 웃었다. 「언젠가 생각나면, 그때 받으러 가지.」
구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제야 경연은 만족한 듯, 줄곧 들고 있던 그 꾸러미를 그의 품에 쑥 밀어 넣었다. 「작별 선물이야. 잘 챙겨.」
강 위에서 불어온 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휘날렸다. 멀리서 뱃사공이 승선을 재촉하기 시작했고, 나루터는 점점 더 분주해졌다. 구원은 그 꾸러미를 거두고 몸을 돌려 나룻배로 향했다. 몇 걸음 걷던 그가 문득 멈춰 섰다.
「경연.」
「응?」
「네 사부님께 나 대신 향 하나 올려줘.」
경연은 살짝 멍해졌다. 잠시 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나룻배가 천천히 강기슭을 떠났다. 강물이 뱃전을 두드리며 미미한 잔물결을 일으켰다. 배 그림자는 물살을 따라 흘러가더니, 차츰 저녁 빛과 강 안개 사이로 스며들었다. 경연은 강가에 서서 그 뒷모습이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배가 하늘과 물이 맞닿은 어스름한 노을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저녁 바람이 수면을 스치고 지나가자, 강가의 갈대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는 문득 오래전 사부님이 마당 어귀에 앉아 땅콩 껍질을 까며, 그 검을 잘 쓰는 젊은이에 대해 이야기하던 날의 일을 떠올렸다. 이야기에 흥이 오르면 사부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했다. 「너도 못지않다. 좀 더 크면, 내가 직접 중주로 데려가서 그놈이랑 몇 수 겨뤄 보게 해 주마.」 그때의 경연에게 멀고 먼 중주는 별다른 느낌이 없는 곳이었다. 그는 그저 사부님의 말을 따라 고개를 들어 몽주의 하늘 끝을 바라볼 뿐이었다. 산등성이 너머로 저녁빛이 밀려오고 있었고, 새들은 긴 하늘을 가르며 더 먼 곳을 향해 날갯짓하고 있었다.
경연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석양은 이미 산 너머로 가라앉았고, 하늘 끝에는 한 줄기 금빛만 남아 흐르고 있었다. 긴 거리 양옆의 등불이 차례로 밝혀지고, 따스한 노란 불빛이 청석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졌다. 경연은 그 불빛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바라보았다
책에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한낮의 찻집은 언제나 북적였다. 홀에는 열댓 개의 탁자가 놓여 있었고, 점원은 구리 주전자를 들고 사람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차 향과 술내, 웃음소리가 뒤섞여 좀처럼 잦아들 줄 몰랐다. 2층 창가 자리에는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느릿느릿 땅콩을 집어 입에 던져 넣고 있었다. 아래층에서는 이야기꾼이 한창 신이 나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고, 그 목소리는 가득한 소란을 뚫고 계속 위층까지 흘러올라 왔다.
「그때, 흑단목 고선이 안개를 가르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뱃머리에는 환한 등불이 삼백 개나 매달려 있었고, 그 빛은 천 년 묵은 옛 바다를 훤히 비추었지요. 배 위에는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으나, 하나같이 얼굴빛이 푸르스름하여 산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배에 올라 자세히 살펴보니...」
딱, 하고 탁자를 내리치자 찻집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이야기꾼은 느닷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짧은 정적 뒤, 찻집은 거의 뒤집어질 듯했다. 이야기꾼도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다들, 진정하세요. 제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최신 회차의 『유람기』가 정말 여기까지밖에 안 나왔어요...」
그 말이 떨어지자 원성은 더 커졌다.
「매번 제일 재미있는 데서 끊는다니까!」
「벌써 보름이나 밀린 거 아니야?」
「보름이 대수야?」 옆자리 사람이 탁자를 쾅 쳤다. 「지난번에는 『산고양이 등불』이 무려 석 달이나 사라졌었다고!」
막 땅콩을 씹어 넘기던 경연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는 조용히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인 척했다. 그런데 하필 그때, 맞은편 의자가 드르륵 당겨졌다. 「원흉이 여기 숨어 있었네?」

찾아온 이는 푸른 장삼을 입고, 품에 두툼한 원고 뭉치를 안고 있었다. 바로 『유람기』의 교정과 간행을 맡고 있는 수사였다. 경연은 고개를 들었다가 상대를 보고 웃었다. 「마침 잘 왔어.」 그가 손짓했다. 「이번 건 내가 살게.」
「괜히 친절을 베푸는 건 필시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지.」 수사는 품에 안고 있던 원고를 탁, 하고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2권은 얼마나 썼어?」
경연의 얼굴에 떠 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조금 옅어졌다. 그는 뼈가 없는 사람처럼 탁자 위에 축 늘어져 엎드리더니, 팔에 턱을 괴고 길게 늘어뜨린 목소리로 말했다. 「영감이 안 떠올라——」
「거짓말 마.」
「진짜야.」 경연이 한숨을 쉬었다. 「매일같이 신기루니, 남겨진 폐허니 하는 자질구레한 것만 쓰다 보니, 나도 슬슬 지겨워질 지경이야.」
수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서?」
「그래서 주인공을 바꿔 보려고.」
이번에는 수사가 멍해질 차례였다. 경연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설명했다. 「1권도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됐잖아. 마침 좀 신선하게 바꿔 보는 거지. 매번 내가 등불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닐 수는 없잖아?」
「어떤 사람이 네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경연은 잠시 생각했다. 「아마도... 쉽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그는 턱을 괸 채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 사람 본 적 있어? 침착하고 자기 통제를 잘하며, 속이 깊고 믿음직한 사람. 다른 사람들이 아직 손익을 따지고 있을 때, {Male=그;Female=그녀}는 이미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지. 다른 사람들이 서둘러 남의 결정을 대신 내려 주려 할 때도, {Male=그;Female=그녀}는 늘 선택지를 상대에게 남겨 둬.」
하지만 수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그 정도면 사당에 모셔 놓은 신선상이지.」

경연이 막 반박하려던 순간, 그의 시선이 문득 창밖에 멈췄다.
한낮의 긴 거리는 한창 활기로 가득했다. 오가는 행인들이 북적였고, 햇살은 푸른 기와를 따라 흘러내려 거리 위에 따스한 금빛을 깔아 놓았다. 사람들 틈에서 익숙한 모습 하나가 거리 입구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경연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눈매를 휘며 큰 소리로 외쳤다. 「{PlayerName}!」
그 외침은 조금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소리가 긴 거리를 가로질러 울려 퍼지자, 상대는 걸음을 멈추고 무심코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마침 하늘빛이 그 금빛 눈동자 안으로 내려앉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게 빛났다.
경연은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더니, 고개를 돌려 수사에게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 「봤지? 그런 사람이잖아.」
수사: 「...」
문제는 그 한마디가 찻집 안 다른 사람들의 주의까지 끌어버렸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소리를 따라 2층을 올려다보았고, 누군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가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잠깐—— 저 위에 있는 사람... 혹시 산고양이 등불 거장 아니야?」
찻집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다음 순간, 십여 쌍의 눈이 일제히 위로 향했다.
경연: 「...」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설탕 과자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거장?! 진짜 산고양이 등불 거장 본인이라고?!」
「좋아! 드디어 잡았다!」
「흑단목 고선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2권은 언제 나오나요?」
순식간에 탁자와 의자가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차를 마시던 사람들까지 우르르 일어섰고, 이야기꾼마저 목을 길게 빼고 위층을 올려다보았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기세를 보이자, 경연은 눈을 감았다 뜨며 「역시 이럴 줄 알았어」라는 표정을 지었다.
「수사.」 그는 손을 뻗어 탁자 위의 『유람기』를 집어 들었다. 「다음에 보자!」
곧이어 찻집 안을 가득 채운 비명과 탄성 속에서, 그는 한 발로 창틀을 밟고 올라섰다. 2층 창가는 거리 쪽을 향해 나 있었고, 땅까지는 꽤 높이가 있었다. 옆자리 손님들이 눈앞이 번쩍했다고 느낀 순간, 소년의 모습은 이미 난간 너머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렸고, 그 몸놀림은 처마 끝을 스쳐 날아오르는 새처럼 가벼웠다.
다음 순간, 그는 긴 거리 위에 안정적으로 내려섰다. 흩날리던 옷자락도 곧 차분히 가라앉았다.
「도망쳤다!」 누군가 크게 외쳤고, 찻집 안은 다시 난장판이 되었다.
건물 안에서는 이미 어지러운 발소리와 고함이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경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자락을 툭툭 털고, 몇 걸음 만에 사람들 사이를 지나 {PlayerName} 앞에 섰다. 그는 뒤쪽에 빽빽하게 몰려드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다시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마침 잘 왔어. 빨리 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
「—— 한 발만 늦었으면, 정말 저 사람들한테 붙잡혀서 다음 회를 쓰게 될 뻔했거든.」

경연 보이스 라인

마음의 소리 · Ⅰ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게—— 저번에 쓸 만한 물건 있나 하고 회진방에 갔는데, 『유람기』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산고양이 등불이 진짜 이런 일을 했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어. 그래서 그냥 허구니까 진짜로 믿지 말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내 말을 믿기는커녕 책을 뒤적이며 나한테 따지더라고. 진짜같이 쓰여 있는 얘기니까 절대 지어낸 게 아니라면서. 그러곤 책 속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계속 해주는데, 너무 생생하게 말해서 나도 모르게 빠져서 듣고 있었어... 왜 웃어? 그 사람이, 쓴 것보다 더 재밌게 얘기해서 진짜 푹 빠졌다니까. 너도 관심 있으면 내가 한번 얘기해줄까?
마음의 소리 · Ⅱ
왜 책을 쓰냐고? 에휴... 사실 처음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볼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땐 신기루에 자주 들어갔는데, 돌아올 때마다 골목 어귀에서 꼬마 몇 명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고. 새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어내서 들려줬지. 옛 우물에서 저절로 물이 솟는다느니, 종이 인형이 한밤중에 혼자 걸어 다닌다느니...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 끝도 없이 붙잡히는 거야. 그래서 차라리 글로 써버리자 싶었지—— 누구든 읽고 싶으면 읽어. 매번 골목 어귀에서 붙잡히는 것보단 나으니까
마음의 소리 · Ⅲ
물론, 가장 많이 들은 건 내 옆에 있는 이 재수 없는 고양이겠지——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해. 내 수명을 가져갔으면, 말 상대 정도는 해주는 게 당연하잖아? 이 녀석이 내 목숨을 천천히 갉아먹고 있다는 거 알아. 근데 상관없어. 난 해 뜨고 지는 그런 윤회 따위 필요 없거든. 내가 원하는 건 하루하루가 충분히 뜨거운 삶이야. 눈부시게 타오르거나, 아니면 혼째로 흩어지거나.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그까짓 「오래 사는 것」 따위 누가 원해? 이 정도는 돼야 흥미가 생기지
마음의 소리 · IV
최근 몇 년간 나는 줄곧 혼자 다녔어. 신기루에 들어가는 건 원래 홀로 문을 두드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거니까. 얽매이는 게 없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나중에 홀로 탁균당에 잠입했을 때도, 가슴속에서 뒤집히며 타오르던 건 「피의 빚은 피로 갚는다」는 글귀뿐, 그 외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어.
혼자인 게 나쁘다고 생각한 적 없어. 가볍고, 누굴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까. 근데 이번에 너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고 나니까, 오랜만에 좀 새로운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다시 신기루에 들어갈 때, 옆에 너 같은 놈이 있다면... 그 길이 지루할 일은 없겠다 싶어서
마음의 소리 · V
지금까지 오면서 많은 사람을 봤고, 많은 선택도 봤어. 위를 향해 빛을 구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처음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데 익숙한 놈도 있지. 넌 하늘에서 세상을 구하러 온 쪽이고, 난 아니야—— 난 밑으로 가는 쪽이거든. 다만 이번에 널 만나면서, 예전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것들을 꽤 많이 봤어. 뭐... 덕분에 많이 배운 셈이지. 전에도 말했지만, 가족 외엔 미련 둘 게 없었는데, 널 만나고 나니까 이 세상도 아주 재미없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
그러니까—— 고마워. 다음에 다시 만나면, 지하에서 재밌는 거 가져다줄게
경연의 취미
관심 있는 거? 당연히 신기루에 들어가는 거지. 이 눈 덕분에 신기루 안에선 평소 숨어 있던 주파수들이 전부 다 보여. 오래된 버려진 물건이나 이름 모를 고서 같은 데 붙어 있는 주파수들이 나만 보면 말을 걸어대서 머리가 터질 것 같거든. 근데 뭐, 가끔은 그것들한테서 산 사람은 평생 못 겪을 별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 손해는 아닌 것 같아
경연의 고민
고민? 음... 밤낮이 뒤집힌 거 정도는 고민에 들어가려나? 글은 밤에 영감이 와야 쓸 수 있고, 신기루도 대부분 밤이 돼야 들어가기 좋거든. 그러다 보니 습관이 돼버렸어. 낮에 가끔 누가 찾아오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가, 깨워져서 또 귀신을 본 줄 알았다니까. 그냥 솔직히 말해서 밤이 너무 짧은 게 문제지
좋아하는 음식
굳이 말하자면... 단 거? 사모님이 만드신 떡이 꽤 괜찮거든. 갓 찜통에서 나온, 아직 김이 모락모락한 하얗고 폭신한 떡 위에 알록달록한 과일이나 야채가 뿌려져 있는데, 한입 베어 물면 깔끔하게 달콤한 향이 퍼져... 말하다 보니까 좀... 쩝, 진짜 먹고 싶어지네. 다음에 꼭 와서 맛봐. 사모님이 너 한번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고 얼마나 기다리시는데
싫어하는 음식
... 사실 난 먹는 거에 별로 관심 없어. 제일 싫은 거라면 우유로 할래. 마시기만 하면 배가 아프거든... 너무 신 것도 안 되고, 쓴 건 당연히 더 안 되지—— 약을 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포부와 이상
목우는 죽었고, 큰 원수도 갚았으니 당분간은 한가한 나날로 돌아가는 수밖에. 유람객은 여전히 유람객이야. 길은 계속 걷고, 신기루도 계속 들어가고, 시간이 나면 드디어 다시 앉아서 글을 좀 쓸 수 있겠지. 요즘 거리에 나갈 때마다 『유람기』가 왜 아직 안 나오냐고 수군대는 게 들려서... 등에 가시가 돋는 기분이야...
새 화를 다 쓰고 나면, 목우 배후를 계속 파보려고. 이 현방성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 혼자 힘으로 됐을 리 없거든. 뒤에 대체 어떤 놈들이 숨어 있는지—— 하나씩 뒤집어보고, 하나씩... 가루로 만들어줄 생각이야
나의 이야기 · Ⅰ
이 옥패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거야. 사실 두 분의 얼굴은 이제 잘 기억나지 않아. 다만 어릴 때 매년 내 생일이면, 꼭 날 데리고 산 위의 절에 가서 복을 빌었던 것만 기억나. 그때 절 안엔 향 연기가 피어오르고, 겨울인데도 햇살이 유난히 좋았어. 두 분은 내 이름이 새겨진 이 옥패를 제단 앞에 아주 경건하게 올려놓으셨지. 지금의 난 신이든 천명이든 전혀 안 믿어. 기억에 남은 것도 그때 뽑았던 점괘나 빌었던 소원이 아니라, 눈 갠 뒤 쏟아지던 햇살...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산을 올라가시던 두 분의 뒷모습이야
나의 이야기 · Ⅱ
내 「이색 눈동자」에 관심 있어...? 왼쪽의 초록색은 원래 눈 색이고, 오른쪽은 공명 어빌리티를 각성하고 나서 금색으로 변한 거야.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나중에 이 눈으로 불순한 분리된 주파수가 보인다는 걸 알게 됐어. 사람들이 말하는 「귀신을 보는 눈」이랑 비슷한 거지. 그러고 보니... 너의 눈도 금색이네. 근데 너의 금색은 다른 사람들이랑 좀 달라. 너한테는... 꽤 잘 어울려
수수에 관하여
명성이 자자한 「꽃 꺾는 중명조」 손님... 일 처리가 깔끔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사람 대하는 것도 팔방미인이지. 소명 상인회도 그녀가 맡고 나서 나날이 번창하고 있고, 각 주는 물론 황룡 밖의 진귀한 골동품까지 그 안에서 오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건 좀 신경 쓰이네. 묻혀 있던 골동품이나 깨진 옛 기물들을 꽤 많이 봐왔거든. 만약 진짜 누군가가 그렇게 흩어진 것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다시 세상에 돌려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능력이지
청초에 관하여
오래전, 어떤 여자아이가 선인을 찾겠다고 산에 올랐다가, 도중에 잔상과 마주쳤대. 겁에 질려 도망치다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검 한 자루에 구해졌다고 하지. 그 여자아이가 나중에 내 사모님이 되셨고. 에휴, 이 이야기 어릴 때 사모님한테 열 번도 넘게 들었는데, 난 한 번도 믿은 적 없었어. 어느 날 한 사람이 검 한 자루와 함께 창공을 스쳐 가는 걸 보기 전까지는... 현방 지계에 진짜 신선은 없지만, 진현사기는 있어
목우에 관하여
어리석은 놈일 뿐이야. 그 우스운 집착 하나로 사람 목숨을 무시하고, 생사를 장난으로 여겼으니까. 진작 그놈을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부모님 무덤 앞으로 끌고 가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때까지 절하게 했어야 했어—— 아쉽게도, 너무 싸게 죽었지
사부에 관하여
평생 신기루 속을 누비던 사람이, 결국 무너진 신기루 속에서 영영 잠들었지. 그 영감탱이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아마 고개를 끄덕이며 「이게 유람객다운 마지막이다.」라고 했을 거야—— 일찍이 나한테 그렇게 가르쳤으니까. 희귀한 골동품 하나 때문에 신기루 안에서 한바탕 붙은 적도 있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 그 사람한테 구해진 적도 있어. 남들이 들으면 그저 운명이라고 하겠지만, 난—— 당연히 운명 같은 거 안 믿어. 그 사람이 다 걷지 못한 길, 내가 이어서 걸어갈 거야. 아주 멀리, 아주 먼 데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구원에 관하여
우리 사부님들은 구면이야. 어릴 때 그 영감탱이가 그 사람 얘기를 입이 닳도록 했거든. 「젊은 나이에 검이 말도 안 되게 빠르다.」고. 그 바람에 한동안 매일 그 사람 찾아가서 한판 붙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지. 근데 어느 순간부터 사부님이 그 얘기를 안 하시더라. 내가 물어보면 오히려 호통만 치시고. 이번에 현방성에서 잠깐 마주치고 나서야, 그때 사부님이 하셨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됐어—— 이 사람은 오랫동안 검집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어둠 속에서 가만히 울리고 있는 검 같아
산고양이에 관하여
아, 탕위안 말하는 거야...? 하하, 맞아. 등불 안에 갇혀 있는 그 산고양이. 이름은 그때그때 내 기분대로 바꾸거든. 전에는 무명이라고 부른 적도 있어. 싫다고 울부짖는 꼴이 꽤 재밌어서. 겉보기엔 고분고분해 보여도, 처음 잡아넣을 때는 꽤 애먹었다니까
생일 축하
생일 축하해, {PlayerName}. 난 내 생일은 별로 안 챙기는데, 사모님이랑 사매는 시끌벅적한 걸 좋아해서 두 사람 생일 때마다 항상 내게 이것저것 시키거든. 등불 달고, 간식 사고, 장수면 준비하고... 자주 하다 보니 이젠 손에 익었어. 그러니, 그냥 나한테 맡기면 돼.
나란 사람 알잖아. 향도 안 피우고, 절도 안 하고, 신불한테 비는 것도 안 해. 그러니까 누구한테 복이나 평안을 빌어줄 수가 없어. 근데 너라면 굳이 빌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네가 못 하는 일은 없으니까.
오늘은 편하게 주인공 해. 나머지는 전부 내가 할게
대기 · Ⅰ
『유람기』 제146회: 방 안에는 거미줄이 빼곡하고, 먼지는 눈 같았다. 촛불 하나만이 책상 위에서 타오를 뿐. 창밖에 섬뜩한 녹색으로 사람 그림자 비치니... 마치... 귀신...!
대기 · Ⅱ
『유람기』 제148회: 지하 궁궐 안에는 환영이 어룽대고, 썩은 기운이 뼛속까지 스몄다. 고개 돌려 살피니, 등 뒤에 있던 사람이 어느새 진흙 인형으로 변해 있었고, 입가에는... 아직... 섬뜩한 미소가...!
대기 · Ⅲ
음... 고추기름 색도 좋고, 괜찮은데... 먹어 볼래? ... 못 뺏은 네 탓이지~
... 쯧, 매운 것도 못 먹으면서 허세는... 들어와
자기 소개
난 경연, 귀신 찾아다니는 유람객이지. 음양 안 갈린 곳을 걷고, 길흉 모를 길을 밟고, 저승길 빌려서 다녀. 죽을 곳을 향해 가는 게 내 삶의 방식이야
시작의 연주
음귀조차 엎드리는데... 헛것 따위 무섭겠어?
파티 가입 · Ⅰ
드디어 내 차례야?
파티 가입 · Ⅱ
목숨을 건다고? 좋아, 나 좀 끼워줘
파티 가입 · Ⅲ
저승길이 활짝 열렸네... 마치 바라던 바야
돌파 · Ⅰ
음기가 몸을 감싸고 온갖 귀신이 뒤따르는 건 확실히 성가신 일이지. 근데 익숙해지니까 나쁘지 않더라. 어차피 지금은 다 내가 부리고 있으니까
돌파 · Ⅱ
생명의 등불에 타오르는 불은 내 몸에서 빌려준 거야. 아까워할 필요 없어. 내 목숨은 아끼는 게 아니라 태우는 거니까
돌파 · Ⅲ
눈이... 조금 뜨거워. 예전엔 뚜렷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어. 밤길을 걸을 때 골목 어귀의 바람, 벽 뒤의 그림자, 땅 밑의 온갖 잡다한 소리들이 전부 뒤섞여서 귀를 간지럽히는데, 막상 조용해지면 또 듣고 싶어져... 참 성가시단 말이지
돌파 · IV
최근 귓가가 많이 맑아져서, 드디어 어떤 게 바람 소리인지, 어떤 게 악귀의 소리인지, 어떤 게... 인간 세상의 소리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됐어.
예전엔 늘 발밑에 밟히는 게 살길이 아니라고, 앞에도 한동안 햇빛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분명 그런 나날에 익숙해졌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변하고 있는 것 같아
돌파 · V
나는 「천명」을 믿지 않아. 만약 운명이라는 게 정말 존재한다면, 그건 너무 우스꽝스러운 거잖아. 착한 사람이 횡사하고 악한 놈이 장수하는 걸 너무 많이 봤어.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 비참하게 끝나는 반면, 남의 시체를 밟고 화려하게 사는 놈도 있지. 그저 「운명이 그렇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불공평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난 당연히 인정 못 해.
만약 이 세상에 이미 정해진 길이 있다면, 내 손으로 직접 그 길을 다른 데로 꺾어버릴 거야. 그 운명을 거역하고, 짓밟아버리겠어
일반 공격 · Ⅰ
부숴줄게
일반 공격 · Ⅱ
정해졌어
일반 공격 · Ⅲ
꺾는다
일반 공격 · Ⅳ
삼켜버려
일반 공격 · Ⅴ
거둔다
일반 공격 · Ⅵ
혼을 베어내지!
강공격 · Ⅰ
전부 녹여줄게!
강공격 · Ⅱ
생혼은 건너지 못하리!
강공격 · Ⅲ
이 몸에... 비추라
강공격 · IV
예측불가!
강공격 · V
가자... 삼도로
강공격 · VI
숨어봤자~
공중 공격 · Ⅰ
이 등은 산 자의 길을 비추지 않아
공중 공격 · Ⅱ
이 칼로 생사를 갈라주지
공중 공격 · Ⅲ
묻지 마, 어디서 왔는지...
공명 스킬 · Ⅰ
영원한... 이별
공명 스킬 · Ⅱ
영혼들을 털어내!
공명 스킬 · Ⅲ
여한은 없다
공명 스킬 · IV
천명은 알 바 아냐
공명 스킬 · V
윤회로 향하는 잔혼
공명 스킬 · VI
깊은 밤이 다할 때까지...
공명 해방 · Ⅰ
신의 뼈 썩고, 긴 밤이 하늘을 삼키네
공명 해방 · Ⅱ
삼도는 차갑고, 명암은 절로 나뉘네
공명 해방 · Ⅲ
백귀는 폐허로, 세상 만 길은 먼지로
회피 성공
고작 이 정도야?
패링
조용
피격
... 재밌네
중상 · Ⅰ
제법인데...
중상 · Ⅱ
진짜... 통쾌하네
중상 · Ⅲ
... 피를 봐야 제맛이지
전투불가 · Ⅰ
저승 바람 차지만... 그래도 고요하네
전투불가 · Ⅱ
저승길쯤이야
전투불가 · Ⅲ
죽음 따위... 두렵지 않아...
에코 어빌리티 · 소환
악귀여, 내 명을 들어라
에코 어빌리티 · 변신
모든 악이여, 이 몸으로
전투 알림
하... 마침 잘됐네
글라이딩 날개
높을수록 재밌잖아
스캔
여기 숨어 있었구나~?
돌진
속도 올려
보급 획득 · Ⅰ
드디어 눈에 차는 게 있네
보급 획득 · Ⅱ
좋은 물건이네—— 내 거야
보급 획득 · Ⅲ
음기가 강하지 않은 물건이라, 드문 일이네